본문 바로가기
문화/영화

레오 까락스 감독, 나쁜 피 / 청춘의 기록

by Warm Wishes 2021. 11. 15.
반응형

우리에게 청춘은 어떤 의미일까요?

아마 모든 사람들이 다 다른 의미를 갖고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상처를 두려워하지 않았던 시기를 청춘이라고 정의하고 싶어요.

물론 어린 시절에도 사랑에 부끄럽고 어려운 감정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머뭇거리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그 부끄러움이 사랑보다 강하지 않았으니까요.

 

운이 좋게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들을 가지게 되고,

감정을 함께 공유한다는 것의 즐거움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즐거움은 강렬했던 만큼 찰나였고, 기나긴 어려움의 시간이 오게 됩니다.

완전한 다이아몬드같던 사랑에도 균열이 일어나고 깨지는 시기가 오죠.

 

그리고 그 이후의 사랑은 그 다이아몬드를 빼다박은 어떤 이름 모를 보석처럼 다가옵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반짝거리는 것은 여전하고 또 너무나 갖고 싶고 열망하고 싶은 이름으로 삶에 자리잡죠.

시간이 흘러 그 많은 시간들을 반추해보면 그저 그랬구나 싶은 애잔한 감정만이 남습니다.

 

변하지 않는 다이아몬드같던 사랑이, 여러 필요조건이 있어야 성립되는 명제처럼 삶에 다가옵니다.

이래야 하고, 저래야 하고, 그건 안되고, 저건 안되고, 마치 정해진 답이 있는 수학문제처럼 여겨지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보면 역시 사랑이라는 것은 일종의 답을 향해 가는 게임이라는 확신에 이릅니다.

그때부턴 사랑은 바다를 헤엄치는 것이라기 보다는 정해진 레인에서 얼마나 정확하게 왔다갔다 하느냐의

과제로 남게 되죠.

 

맞습니다. 어린 시절에 강렬했던 감정들은 뭘 몰랐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였던거죠.

어떻게 그 많은 단점과 균열과 갈등들을 참고 인내하며 사랑이라는 포장지에 버텨왔던 걸까요.

순수함이라는 이름 속에 흘렸던 피와 눈물이 너무나 아깝고 슬프기만 합니다.

 

우리는 군인처럼 각자의 사랑을 향해 매일 행진하고 있습니다.

너무나 엄격하고 좁아서 과연 그 전쟁에서 승리할지 우리 자신도 매일 의문 속에서 삽니다.

 

다만 가만히 침잠하는 시간 속에서 우리는 자기 자신에게 묻습니다.

우리는 정말 사랑을 모르고 있는 걸까,

아니면 사랑을 알 자신이 없는 것일까.

더 이상 마주할 용기가 없는 비겁함 속에서 기어코 행복을 캐내고야 하는 청춘의 죽음을 마주합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