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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프렌치 디스패치 솔직후기, 웨스 앤더슨의 귀환

by Warm Wishes 2021. 1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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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 앤더슨의 팬이라면 블로그를 찾아볼 새도 없이 이미 극장으로 가셨을거고,

문라이즈 킹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로 웨스 감독님의 스타일을 살짝 맛본 분들은

그때의 강렬했던 경험에 이끌려 자기도 모르게 이 영화에 관심을 갖게 되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웨스 앤더슨의 영화는 여행지 기념품 샵에서 우연히 발견한 너무나 예쁜 엽서같은 감성이 있어요.

정신 차리고 보면 20장을 사서 캐리어에 쑤셔넣고 있죠.

사실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은 이 영화의 시놉시스는 아래와 같습니다.

 

20세기 초 프랑스에 위치한 가상의 도시 '블라제',

다양한 사건의 희로애락을 담아내는 미국 매거진 '프렌치 디스패치'

어느 날, 편집장의 죽음으로 최정예 저널리스트들이 한자리에 모이고 마지막 발행본에 실을 4개의 특종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몇 가지 포인트를 통해 이 영화의 매력, 그리고 아쉬웠던 점에 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1. 눈이 즐거울 틈을 넘어 집중력까지 흩뜨리는 미장센과 웨스 앤더슨식 미학

이 작품에서 웨스 앤더슨은 하고 싶은 거 다 하겠다는 야망이

스크린을 뚫고 나올 정도로 놀라운 스타일을 보여줍니다.

자신의 잃어버린 취미를 뒤늦게 찾은 70대 노인이 밤낮으로 몰두하듯,

그랜드 부다페스트에서 엿보였던 자신만의 스타일을 프레임 프레임마다 보여줍니다.

화면 비율도 바뀌고, 컬러 흑백 전환도 바뀌고, 나중엔 애니메이션과 실사도 넘나듭니다.

 

스토리가 궁금해서 화장실을 못 가기 보다는 한 장면이라도 못 보면 안되는 미술 전시회에 머무르는 느낌을 줍니다.

평일 연차내고 서울시립미술관 갔을 때의 그 느낌 아시죠? 하나라도 눈에 더 담아야 될 것 같은 갈급함.

컷이 바뀌는 게 야속할 정도로 모든 장면이 정교하게 세공되어 있어서,

한번만 보면 사기를 당한 느낌이 들지도 모르겠습니다.

 

극장에서 이토록 일시정지 버튼이 필요했던 건 놀란 감독의 '메멘토' 이후에 처음인걸요.

 

2. 도대체 무슨 짓을 했을까 싶은 화려한 캐스팅

틸다 스윈튼, 애드리언 브로디, 베네시오 델토로, 레아 세이두, 티모시 살라메가

한 자리에 모일 일이 오스카 시상식 말고 여기에 또 있습니다.

세 가지 이야기가 지극히 캐릭터 중심으로 흘러가는 이 영화에서 화려한 스타 캐스팅은 보는 내내 오오, 오오, 하게 됩니다. 

근데 사실 이 많은 배우들이 자신의 연기력을 뽐낼 일은 거의 없습니다. 네. 

 

3. 재치있지만 산발적이고 신선하지만 몰입이 어려운 플롯

이 개성있는 옴니버스 드라마 네 편은 (3편+오프닝/에필로그 1편) 사실상 극적인 긴장감이 거의 소멸되어 있습니다. 

캐릭터들의 의중과 의식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는 흐름이 없어서 등장인물에 과몰입 하는 한국형 관람객들이

가장 싫어할 포인트가 아닐까해요.

저도 사실 그런 관객중의 한 명이라서, 적어도 하나의 중심 플롯이 있었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 참

친절했구나, 싶은 마음이 듭니다.

 

4. 깨달았습니다. 저는 웨스 앤더슨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고백합니다. 저는 웨스 앤더슨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투박하지만 리들리 스콧이 더 좋고, 장엄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영화가 좋습니다. 제가 주인공에 '빙의' 할 수 있는 한국 드라마가 좋습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넷플릭스 '오자크' 같은 스릴러 액션이 좋습니다. 저도 어쩔 수 없는 그냥 관객인가봐요.

예술은 당연히 아는 만큼 보입니다. 하지만 영화가 삶의 모방이라는 생각이 굳어지는 요즘,

자신만의 '별개의 세계'를 완성한 웨스 앤더슨 감독이 정말 놀랍다고 생각하지만, 저에겐 와닿지 않았습니다.

맥주가 땡기는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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