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 하반기 최고 기대작, 지옥을 나오자마자 정주행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수작입니다.
취향이 맞는 누군가에게는 어마어마한 걸작일수도 있구요.
감상을 망설이시는 분들을 위해 몇 가지 포인트를 짚어보겠습니다.
1. 무자비한 드라마
예전에 잠시 영화감독의 꿈을 갖고 수업을 들을 때,
'사람을 죽이는 데 이유가 없어서는 안된다.' 라는 말을 강사님이 하신 적이 있습니다.
젊은 영화학도의 가슴을 왠지 뜨겁게 하는 말이었고,
시나리오를 쓸 때 캐릭터들도 하나의 생명이라는 책임감을 갖게 하기도 했었죠. 옛날 이야기입니다만..
<지옥>은 사람을 죽이는 데 이유가 없습니다.
제목을 참 잘 지었다 싶어요. 왜 그 시간인지 모를 시간에,
정체도 알 수 없는 괴물이 사람을 찢어 죽이는데 '존재론적인 무력감'을 느끼게 합니다.
1화를 틀기 전부터 정신 바짝 차리고 트시길 권합니다.
저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맥주캔을 따고 봤다가는 테이블에 아까운 술을 줄줄 흘려버릴지도 모릅니다.
잔인합니다. 고어물 알러지 있는 분들은 과감히 패스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오징어 게임은 동화였네요.
2. 종교, 사회, 인간, 악에 대한 무작위적 통찰
저는 무교이고, 종교에 대해 중립적인 입장입니다만 (신이 있는지 없는지는 알 수 없다는게 진실이죠)
신앙을 갖는다는 것은 미지의 삶에 대한 불안함과 두려움을 붙잡고자 하는 욕망이 내재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옥>의 설정은 그래서 새진리회가 등장하기에 아주 적합한 배경입니다.
이 원인을 알 수 없는 일들과, 그 일들로 인해 태어난 구더기같은 존재들, 그리고 진실을 찾고자하는
무력한 인간을 대표하는 존재들까지 얽히고 섥혀서 대항하거나 굴복합니다.
나라면 저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했을까? 하는 상상력을 펼쳐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찜찜하고 멍해지면서도 사건들을 곱씹어보게하는 느낌이 있습니다.
3. 다소 혼란스러운 플롯과 살짝 아쉬운 연기 연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되었던 1~3화와 4~6화가 크게 1/2화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다만 전반부를 보았을 때 뿌려졌던 떡밥들이 제대로 회수되는 느낌은 아니고 조금 따로 노는 느낌이 있습니다.
메타포들이 많은데 공감되지 않는 부분도 있구요.
기대했던 유아인 배우님의 연기는 정말 놀랍긴 합니다. 다만 전체적으로 연기톤이 튀는 느낌이 많고
정리되지 않은 느낌이 있습니다.
연상호 감독님의 연출력의 한계가 느껴지는 점이 가장 아쉬웠습니다.
4.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있는데 생각했던 맛이 아니다?
이건 정말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한국 영상 콘텐츠는 나홍진 감독의 <곡성> 전과 후로 나뉜다고 생각합니다.
신화적이고 종교적인 요소를 버무린 미스터리 스릴러, 굉장히 독특하지만 완성도 있고 흡입력 있는 작품이
그 전에는 없었다고 판단하기 때문인데요.
저도 모르게 <곡성> 의 어떤 그늘 아래서 이 작품을 판단하게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전체적인 톤은 어둡고 습한 원작의 느낌을 가져가지만, 전개상 튀어나온 부분들이 작품의 완결성을 해칩니다.
그래서 추천하느냐?
음...
1화를 보고 판단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아니다 싶으면 그냥 곡성을 한번 더 보셔도.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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